미국에 가서 처음 한동안은 누가 내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게 제일 싫었어요. 전화번호를 말할 때는 1-800으로 시작하는 공짜 번호를 제외하고는 287-0379(two-eight-seven-zero-three-seven-nine)처럼 번호를 하나씩 말해줘야 해요. 쉬울 것 같죠? 그런데 전혀 그렇지가 않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외국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절대 공감’할 문제일 거예요. 제 경우에는 한국말로 287-0379라고 한 번 읊은 후 영어로 말했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영어를 쓰려니 당황이 돼서인지 말하는 중간에 번호를 계속 틀리거나 말을 더듬곤 했어요. 가끔 지역번호까지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럴 때는 아주 짜증 ‘지대루’였죠!
아무튼, 이렇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실수로 전화번호를 잘못 가르쳐준 사람들도 꽤 되지 않을까 싶네요. 내게 전화하려고 했던 여자들도 분명 있었을 텐데, 번호를 잘못 알려줘서 연락을 못 했거나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일부러 잘못된 번호를 알려줬다고 오해했을 친구들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찢어지네요, 하하하.
A: What’s your phone number?
B: Hold on. Let me think first.
A: What? Come on.
B: Don’t rush me, okay? You’re making me confused. Ah, here you go.
It’s two-eight-seven-zero-three-seven-eight. No, nine. Wait, it’s 8.
A:
네 전화번호 뭐야?
B:
잠깐만. 생각 좀 해보고.
A:
뭐? 야, 야~.
B:
재촉하지 좀 마. 너 때문에 헷갈리잖아. 아, 생각났다.
287-0378이야. 아니, 9야. 잠깐만, 8이다, 8.
*전화번호를 말할 때 숫자 0은 ‘제로’나 ‘오’로 발음해요.
- JD Kim 제공 -